와인 바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살펴보자. 프랑스ㆍ미국ㆍ이탈리아ㆍ호주 혹은 칠레산 와인들의 리스트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지닌 와인을 고른다. 혹은 소믈리에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와인의 맛과 향, 빈티지 등에 관해 설명을 들어가며 와인을 고른다. 무엇을 곁들여 먹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이른바 ‘기본 안주’인 너트나 칩, 크래커와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치즈와 살라미 안주를 곁들이는 정도다. 그러나 모든 와인이 짠 크래커나 기름진 너트류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바에서는 습관처럼 이런 안주를 내놓는다. 와인만을 마시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와인과 음식을 함께할 때 와인을 알아가는 또 다른 재미도 알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와인과 음식의 궁합은 ‘레드와인→고기, 화이트와인→생선’ 이다. 틀린 공식은 아니지만 또 절대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 와인과 음식을 맞추는 일은 양말의 짝맞추기처럼 단순한 일은 아니다. 남들은 레드와인에 양고기나 스테이크를 먹지만 내가 먹어보니 어떤 레드와인은 해산물과 너무 잘 맞더라, 하면 그렇게 맞춰 먹으면 되는 것이다. 절대 법칙은 없지만 알아두면 좋은 보편적인 룰은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육류 중에서도 흰 살의 경우, 예를 들면 닭가슴살, 생선류 등은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이 더 어울린다. 붉은 살을 가진 육류 양고기나 소고기는 레드와인이 무난하다.
음식의 온도도 작용을 해 찬 음식은 뜨거운 음식에 비해 라이트한 와인이 어울린다. 뜨거운 요리는 알코올 도수가 더 높은 와인과 어울린다. 요리의 소스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간이 세거나 달다거나 하는 양념의 차이에서도 다른 룰이 적용된다. 소금기가 많은 음식, 예를 들어 앤초비나 생굴 같은 짠 요리 재료는 ‘무스카데’나 ‘샤블리’ 같은 드라이한 화이트와인과 먹으면 좋다. ‘샤블리’는 회나 생선초밥 같은 일식요리에는 공식처럼 어울리는 화이트와인이기도 하다.
지역 요리에는 그 지역 와인
요리의 재료, 조리법, 맛의 차이에 따라 와인을 매칭시킬 수도 있지만, 각 나라의 요리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방법이 더 쉬울 수도 있겠다. 대부분 그 지역에서 나는 요리가 그 지역의 와인과 제일 잘 어울린다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요리=해산물로 만든 시푸드 에피타이저는 ‘피노 그리지오’와 잘 어울리고, 크림소스의 파스타는 ‘소아베’ ‘피노 비앙코’와, 봉골레 같은 해산물 파스타는 ‘피노 그리지오’ , 저렴한 이탈리안 샤도네 품종으로 만든 와인과는 무난히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이 아니라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산 ‘쇼비뇽 블랑’도 좋은 선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의 경우 ‘키안티나 발폴리첼라’ 혹은 캘리포니아산 ‘진판델’ 또는 스페인산 ‘템프라닐로’ 종과 잘 맞는다. 파스타를 제외한 볶음 국수류 같은 아시안 계통의 요리는 대부분 뉴 월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호주나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 ‘세미용’ ‘리즐링’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 요리=생굴과 신선한 해물요리는 ‘무스카데’ ‘프티샤블리’, 보르도의 화이트와인 혹은 ‘쇼비뇽 블랑’과 어울린다. ‘코코뱅’과 같은 와인을 넣어 요리한 음식은 요리에 넣은 같은 종류의 와인을 마시면 무난하다. 크림 소스의 프렌치요리들은 버건디 지방의 화이트와인이나 알사스의 ‘리슬링’, ‘피노그리’ 정도가 좋다.
#중국 요리=과일향이 많이 나는 로제와인이나 보졸레 지방의 라이트한 레드와인을 약간 차갑게 해 곁들인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게뷔르츠트라미네르’나 ‘리즐링’이 어울린다. 베이징 요리는 특히 ‘피노누’와 찰떡궁합이다. 기름진 요리나 딤섬에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로제와인을 추천한다.
#태국ㆍ인도 요리=매콤함에 어울리는 와인은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 과일향이 많이 나 달게 느껴지므로 매운맛을 약간 상쇄시켜서 제격이다. 우리나라의 매운 요리에도 어울린다.
외국의 경우 디저트를 와인과 매칭시켜 선보이는 레스토랑은 많다. 단것은 결국 단것과 어울리는데 크림타입의 치즈케이크, 파나코타, 크렘뷜레의 경우 단맛이 나는 보르도 와인, 특별히 소테른의 와인이 딱이다. 늦게 수확한 ‘세미용’이나 ‘머스카토디 아스티’도 좋다. 초콜릿 디저트의 경우 초콜릿 맛이 진하면 진할수록 정말로 와인이랑 잘 맞추기가 어렵지만 포도주를 증류시켜 만든 포트와인 혹은 오렌지향의 무스카 등을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와인을 요리와 짝 맞출 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적인 궁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머리 아픈 일이 아니라 즐거운 미각 탐험의 콧노래가 될 것이다.
앞에 든 ‘경우의 수’를 다 외울 필요는 없다. 그저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고르자. 그리고 와인을 고르자. 같이 먹어보면 알 일이다. 맛 없으면 다음엔 다른 조합으로 다시 시도하는 거다. 그러면 머리보다는 혀끝이 먼저 기억할 것이다.
어느 유명 샴페인 회사의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 샴페인을 많이 마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저 식사와 함께 한 잔씩 음미하기를 바란다고. 와인도 마찬가지다. 하루 저녁에 각 1~2병씩 마시는 음주문화는 권하고 싶지 않다. 식사 때마다 야금야금 처녀 총각 맞선 보이듯이, 그렇게 둘만의 궁합을 찾아주며 나만의 미각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시길. 그래서 와인의 다른 얼굴을 만나보게 되기를 바란다.
로스트 치킨
재료 올리브유 50ml, 화이트와인 100ml, 양파 1개, 타라곤 1t, 파슬리 1t,오레가노 1t, 로즈메리 1t, 소금 1/2t, 후추 1t, 닭 1마리
만드는 법
1. 올리브유ㆍ와인ㆍ타라곤ㆍ파슬리ㆍ오레가노ㆍ로즈메리와 양파는 갈아서 섞는다.
2. 닭을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위의 소스를 닭 전체에 바른 뒤 랩을 씌워 냉장고에 12시간 재운다.
3. 180도 오븐에 40분 정도 노릇하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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